• 노화 억제하는 몸속의 천연 불로초, 텔로머라아제
    세포수명 연장 DNA생성 불구 20대쯤부터 줄어드는 게 문제
    활성화물질 연구 활발히 진행 "기대수명 150세 시대 가능"
    암세포 등에 공급되면 질병 악화시키는 毒될수도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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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세포와 조직의 수명 및 기능을 연장시키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수명도 연장이 가능하다. 텔로머라아제가 이러한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시켜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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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명공학기업 시에라사이언스의 설립자 빌 앤드루스 박사가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후보물질을 실험하고 있다.

사람은 왜 늙을까. 노화를 늦추거나 막을 영약은 없는 것일까. 불로장생은 비단 불로초를 열망했던 진시황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오랜 꿈이자 의학계의 영원한 도전과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 꿈을 실현시켜줄 존재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물질이 하나 있다. 바로 인체 내의 천연 불로초라 불리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다.

◇세포 보디가드=인체세포는 분열 횟수에 한계가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체세포는 50~70회, 인체 내의 세포는 약 90여회가 한계치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분열 한계는 세포의 염색체 양쪽 끝에 위치한 염색소립(chromomere)인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에 의해 좌우된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시마다 DNA의 일부가 상실되며 조금씩 짧아지는데 길이가 극도로 짧아지면 세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분열도 중단되면서 사멸의 길로 접어든다.

나이가 들면 세포 복제에 의존해 성능을 유지하는 조직과 장기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부는 처지고 내장기관 활력은 둔화되며 면역체계도 힘을 잃는다. 많은 생명공학자들은 이를 노화의 실체로 본다. 이 점에서 텔로미어의 DNA 손실을 막아 세포 분열 기간을 연장시킨다면 이론상 인간은 젊음을 유지하며 장수를 누릴 수 있다.

놀랍게도 이미 인체에는 이런 작용을 하는 세포의 보디가드가 존재한다.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가 그것이다. 이 효소는 새 텔로미어 DNA를 합성, 짧아진 텔로미어에 이어 붙여 세포 수명을 늘리고 기능 저하를 지연시켜준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대다수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는 태아 때 활발히 작용하다가 출생 후 작동을 멈춘다. 그로 인해 텔로미어가 지닌 DNA 염기쌍은 유아 때 약 1만개지만 20대쯤부터 매년 50여개씩 잃어버려 황혼기에는 5,000개 이하가 된다.

◇기대수명 150년을 향해=이에 전세계 다수의 생명공학기업들이 텔로머라아제 작동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는 물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 소재 시에라사이언스도 그중 하나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1990년대에 유명 생명공학기업 제론에서 연구자로 근무하며 인간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를 최초로 찾아낸 빌 앤드루스 박사. 그는 12년간의 연구 끝에 40여종의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화합물을 발견, 신약 개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신약을 통해 시에라사이언스가 이루려는 목표는 당연히 수명 연장이다. 그것도 기대수명 150년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앤드루스 박사는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흡연∙비만 등 다른 노화 촉진요인이 없다면 텔로머라아제 활성화로 150세까지 거뜬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한때 몸담았던 제론 역시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중국 약초인 자운영(紫雲英)에서 천연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물질을 발견,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소재 TA사이언스는 이 물질로 건강보조제 'TA-65'를 개발하기도 했다. 3년간 1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제품 테스트 결과 면역력 개선 효과가 발현됐다고 한다.

특히 하버드대 다나파버암연구소 로널드 데피노 박사팀은 지난해 합성 에스트로겐 약물을 이용해 실험용 쥐의 텔로머라아제 생산을 인위적으로 멈췄다가 재개시키는 데 성공,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연구에 새 장을 열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네이처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텔로머라아제 분비가 중단된 쥐는 80~90세의 인간과 같은 노쇠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분비가 재개되자 불과 한 달 만에 세포 조직들은 젊음을 되찾았다. 쥐를 노인으로 만들었다가 청소년으로 되돌린 셈이다.

이처럼 살아 있는 조직의 회춘은 텔로머라아제 활성화로 인간의 안티에이징이 실제 가능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된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거쳐 합성 에스트로겐 약물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물론 모든 약물들이 그렇듯 텔로머라아제도 마법의 불로장생약은 아니다. 학계는 이의 활성화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성을 지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텔로머라아제가 암세포 등의 위험한 세포에 공급되면 이들의 생명까지 연장,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암세포 전 단계인 전암세포의 분열을 촉진, 암세포로 변이시킬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텔로머라아제의 활성화를 넘어 어느 시점에, 얼마나 활성화시켜야 하는지도 후속연구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텔로머라아제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분야 연구자들도 이 같은 위험성을 인정한다. 다만 역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많아 암 환자들조차 건강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포의 염색체 파괴와 재결합을 막아 암 유발 가능성을 낮추고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들의 활동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