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단어중의 하나로 `빨리 빨리'가 꼽힌다.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왜 그렇게 성격이 급한지 알 수가 없다.뭐가 바쁘다고 그렇게 설치느냐며 남을 힐난하는 본인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타고난 민족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태평양 연안의 조그만 섬나라 사람들의 민속자료들을 모아놓은 사모아의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원주민들이 과거 식인종 시절의 가옥을 그대로 재현해 놓고 당시의 풍습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곳이다.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그 나랏말을 할 줄 아는 안내인을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야외무대에선 사모아섬 추장의 아들이 코코넛을 잘라서 속을 파내는 시범 등 여러가지 자신들의 풍속을 보여준다.무쇠보다도 더 단단하게 느껴지던 코코넛 껍데기가 조그만 돌멩이 하나에 순식간에 반으로 `쩍' 하며 갈라진다.그 안에는 맑고 시원한 코코넛 물이 찰랑거린다.각국 관광객들에게 그 물을 맛보게도 한다.어쩌다 한국인 관광객이 지목되기도 하는데,부끄러워 앞으로 나서기를 머뭇거리면 추장 아들은 정색을 하면서 `빨리 빨리'를 외친다.한국말이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빨리 빨리'를 외치고 다녔으면 그들도 아는 말이 됐을까.야자수 그늘 아래서 한가로이 지내는 그들의 눈에는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다니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더 큰 구경거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빨리 빨리'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세계가 있으니 바로 성생활이다.`조루'는 조급함이 병적으로 되어 상대가 만족하기도 전에 빨리 사정하는 경우를 말한다.“잘해 보겠다”는 강박관념,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조루의 원인이다.

물론 국부가 너무 예민하기 때문에 조루에 빠질 수도 있다.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의식인 성관계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 서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럴 경우 과민성을 둔화시켜주는 물리적 훈련과 약물요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최근에는 국부의 일부 신경가지를 차단시켜주는 수술로 감각을 둔하게 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성생활에선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섬나라에서도 통하는 `빨리 빨리'가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