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흐르는 강

                                                                        정지상

 

비 개인 강둑에

봄 풀은 파릇한데

 

님 보내는 남포에

울려나는 슬픈 노래.

 

대동강 강물은

어느 때나 다할건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데.

 

大洞江(대동강)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洞江水何時盡(대동강하시진)      別淚年年添綠派(별루년년첨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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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洞江(대동강) : 평양을 감돌아 흐르는 강물 이름임.

*南浦(남포) : 실제의 지명이라고 하기보다는 옛사람들이 이별의 노래를 부를 때 관습적으로 설정했던 이별 공간의 이름임.

*何時(하시) : 어느 때, 언제.

 

해설

시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사법의 하나가 과장법이다. 우리에겐 친숙하게 알려진 정지상(鄭知常; ? ~ 1135년)의 <대동강> 또한 과장의 수법이 아주 효율적으로 구사되어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사이다.

 이 시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계절은 봄이다. 내리는 비에 연두색 새싹들이 생동하는 봄이다. 겨우내 얼었던 대동강물도 녹아 흐른다. 만물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싱그러운 봄이다.

 그런데 봄비가 주는 이미지의 하나가 까닭 모를 슬픔이다. 봄비가 그치자 사람들은 이제 이별을 나눈다. 맹위를 떨치던 추위에, 한겨울 발이 묶였던 사람들은 이제 나름대로의 사연 속에서 제각각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인간들의 꿈틀거림이 이별의 슬픔되어, 뒤따라 등장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이별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남포 뱃머리에 이별을 목전에 둔 남녀들이 모였다. 마치 그들의 슬픔을 알기나 하는 듯 어디선가 들여오는  애달픈 비가(悲歌) 한 곡조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그래서 남포는 더욱 서러운 공간이 되고 말았다.

 이를 바라보는 정지상의 문학적 상상력이 섬광으로 번뜩이는 순간이다. 시인의 눈에 비친 유창한 대동강물은 그저 무심하게 흐르는 그냥 강물이 아니었다. 서러운 공간에서 흩뿌린 남녀들의 눈물이 모여흐르는 거대한 물줄기였다. 현실속의 대동강이 눈물로 흐르는 물살로 바뀌어 성큼 다가든 것이다.

 그런데 이 눈물로 흐르는 대동강은 결코 마를 일이 없단다. 연인들이, 부부들이, 부자들이, 모녀들이---- 서로간의 관계속에서 더욱 이별을 슬퍼하며 뿌리는 많은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기 때문이란다.

 이쯤 되면 상상력도 아주 기발한 상상력이요, 과장도 엄청난 과장이다. 누구도 선뜻 엄두를 낼 수 없는 시인의 고도의 상상력이 거짓말 같은 과장과 어우러져, 마침내 한 편의 감동적인 '비가'가 탄생된 것이다.

 정지상은 고려 전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생몰년은 미상이다. 그는 묘청과 함께 서경으로 도읍을 옮길 것을 주장하다가 라이벌 김부식에 의해 처형되고 말았다. 이러한 연유에서 그가 남긴 시들은 아쉽게도 아주 적은 양이다.

 

                                                                                                                                                                                                     유영봉 한문학과교수

                                                                                                                                                                                              2011년 7월 명동포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