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 20명 중 3명“애인 있다”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남자의 性

  • 3개월 동안 한 번도 성관계 없었던 부부 3%

  • 성행위 매일 1회 이상 2%, 주3∼4회 13%, 주2회 25%, 주1회 26%, 2주1회 13%…

  • 결혼생활 불만 남성의 62% 성격 차이, 40% 성관계 때문

  • 10명 중 8명 혼외정사 경험, 5년 전보다 5% 증가

  • 인터넷 통한 ‘번개팅’ 남녀 71%가 성관계로 발전

  • 조사대상 남성의 10%가 변태적 애널섹스 경험

  • 정력제 선호도, 보신탕-개소주-뱀-흑염소-노루피-해구신-자라탕 順







  • 1997년을 전후해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의 분수령이 바로 IMF사태였다. IMF사태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한국 남성들에게 커다란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많은 남성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1∼2년 후 사회적으로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시작한 먹는 발기유발제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였다. 비아그라는 그동안 감추고 터부시했던 성(性)에 대한 논란을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 아우성센터 소장 구성애(47)씨에 이은 비뇨기과 레지던트 임필빈(30)씨의 성담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바야흐로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한 남자 인기탤런트의 커밍아웃 선언으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여성 탤런트가 자신의 성 고백서를 발간하는가 하면, 성전환 여성이 방송매체에 떳떳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性)문화에 변화를 가져 온 또 하나의 ‘촉매제’는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이다.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의 확산은 국내 사회의 성 풍속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또 여러 가지 사회병리적 현상도 동반했다. 원조교제 등 반윤리적 성 거래가 급증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사회전반에 걸쳐 젊은 사람들 사이에 혼전성교가 성행하고, 출산율 저하와 이혼율 증가 등 성행태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다.

    최근 한국성과학연구소(소장 이윤수)가 실시한 ‘한국 남성 성의식 및 성 실태조사’는 성에 관한 흥미차원이 아니라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얻고자 하는 ‘사회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는 국내에도 킨제이보고서 같은 성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 1997년부터 5년마다 성인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해왔다.

    이번 설문 조사는 2002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1개월에 걸쳐 한국 성인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는 20세부터 69세까지였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 11%, 30대 54%, 40대 25%, 50대 8%, 60대 이상 1%로 집계됐다. 이들 설문응답자의 부인 또는 동거녀 및 혼외성관계 상대 여성의 나이는 19∼68세였다.

    한국 남성의 결혼생활 만족도

    이혼율 증가는 결혼생활의 불만에서 비롯된다. 가정의 불만요소를 미리 알고 있다면 사전에 대처해 가정 파괴라는 극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의 만족도나 불만의 원인을 알아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먼저 생활형태에 대해 물어봤다. 그 결과 응답자 중 결혼 84%, 독신 11%, 동거 2%, 재혼 1%, 이혼 및 별거중은 각각 1% 이내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동거비율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동거비율이 2%로 조사된 것은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나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동거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거자의 나이별 분포는 24세 이하 16%, 25∼29세 6%, 30∼34세 2%, 35∼40세 1%다. 동거가 젊은 세대에서 새로운 결합형태로 자리잡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혼(동거)생활 만족도와 불만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조사대상자들은 ‘지금의 결혼(동거)생활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 27%, ‘대체로 만족한다’ 44%, ‘보통이다’ 13%, ‘불만이다’ 2.4%로 응답했다.

    이 가운데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인 남성 2.4%의 나이별 분포를 보면 20대 0%, 30대 1.9%, 40대 3.6%, 50대 5.3%, 60대 4%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결혼생활에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결혼기간과 결혼생활 만족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기간별 분석결과 결혼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결혼생활의 만족도는 차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불만지수’와 결혼기간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결혼 1∼3년 차에서 ‘매우 불만’을 표시한 경우가 1%로 나타나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신혼 초가 위기임을 알 수 있다. 또 결혼 7∼9년, 10∼12년, 22년차 이상에서 극심한 불만을 표출하는 남성이 각각 0.4%, 1%, 1%로 나타나 이 때가 흔히 ‘권태기’라고도 표현되는, 가정생활의 위기가 초래되는 시기로 보인다(표1 참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