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은 가정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 장차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게 되며 또한 교우 관계를 갖음으로써 사회성을 키우기도 한다. 이같이 학교가 인간의 성장・발달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은 교육분야뿐만이 아니라  그외의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아동이 학교적응에 실패하면, 아동에게는 학업 성취와 함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여 이들의 정신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해서 ‘학교공포증’이라는 현상이 의학의 관심을 끌게되었다.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하면 으레히 질병이나 사고에 의한 결석이나, 비행에 의한 무단결석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물론 이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는 있으나 의학에서는 이같은 결석과는 다른 특별한 형태를 발견하고, 존슨(Johnson, 1941)등이 이를 ‘학교공포증’ 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나 그후에 이들은 학교를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가는 것을 기피하고, 불안해하는 일종의 신경성 질환임이 밝혀지게 되어, 최근에는 ‘학교공포증’ 보다는 ‘분리불안장애’ 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의 초기 증상으로는 학교에 관해 막연한 불평을 늘어놓고, 학교가기를 싫어한다. 학교에 갈 시간이 다가오면 불안해 하거나 심지어는 공포에 질리기도 한다. 억지로 학교에 등교한 후에도 중도에 돌아오거나, 불안해 하기 때문에 양호실을 통해 집으로 온다. 그리고 특징적으로 학교에 가지않고 집안에 머물러 있을 때는 비교적 잘 지낸다. 어린 아이들은 급성으로 시작하는 수가 많으나, 국민학교 고학년 또는 중고등학생은 서서히 발병한다. 사소한 사고나 질병・수술・휴일이나 방학・이사・전학・교우의 전학이나 사망과 같은 일을 겪고난 후  유발되는 수가 많다.

  이같은 증상외에 신체증상으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수가 많다. 오심(헛구역)이나 식욕저하・구토・현기증・두통・복통・전신무력감・설사・통증・빈맥등이 많고 흔히 주말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과 같이 등교직전에 심하다. 그러나 이같은 신체증상을 병원에서 진찰・검사받아보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들에서 보면 학교공포증이 잘 생기는 시기가 있는데, 첫째가 만 6세전후의 국민학교 입학직후인데 이때는 대부분 소아기의 분리불안장애와 밀접하게 관련된 다. 두번째가 만 11세경으로 중학교진학 시기이다. 이때는 여러 형태의 정서적・신경성 질환들과 연관된다. 세번째가 14세 이후인데 이때는 앞의 두가지 경우에 비해 형태나 심각도에서 아주 다르며, 우울증・성격장애와 같은 비교적 심각한 정신질환과 연관되고 따라서 예후나 치료에 대한 반응도 어린 나이의 경우보다 불량하다.

원인은 다음과 같다. 아동이 성장하면서 아동기 초기에 호기심으로 세상에 대한 탐험에 나섰던 아이는 가끔 낯선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좌절을 겪기도하고, 두려운 것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는 가장 믿을수 있는 엄마의 품으로 보금자리로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하고 때로는 응원을 청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의 품은 탐험길에 오른 모험가들의 베이스 캠프와도 같다. 그러기에 우리는 갑자기 놀랐을 때 “엄마야”하며 놀라는 경우를 흔히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두렵고 낯선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 새롭기도 하고 때로는 흥미진진한 짜릿한 즐거움도 있지않는가?  아이는 비로소 엄마로부터 떨어져 혼자 있는 불안・불편함과 바깥세상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을 저울질하게 된다. 재미있는 유치원의 생활에 적응할 때는 엄마와 “빠이빠이”하고 봉고차타고 유치원으로 향하고, 아이들과 노는 것이 서툴고 자기맘대로 투정부릴 수도 없고 흥미로운 놀이감도 없을 때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기를 거부한다. 또한 지나치게 소심하여 세상일 모두가 두려울 때도 아이들은 엄마품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아동기의 ‘분리불안’이란 이같이 의존적인, 소심한, 자기중심적인, 또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가 엄마와 같이 친숙한 사람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아동과 어머니의 관계가 너무 밀착되어 있거나, 혹은 지나치게 불안정한 모-자관계에서 성장하여, 안정된 애착형성을 이루지 못한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흔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분리불안의 위험성이 높다. 즉,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 손이 귀한 집안에서 독자인 경우, 부모의 나이가 많은 경우, 딸이 많은 가정의 남아, 심장병・천식・경기・잦은 감기나 설사등 허약하고 병치레가 많았던 아이, 발육이 약간 더딘 아이, 또는 부모 특히 어머니가 소심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여 아이의 양육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걱정을 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성장환경에서 아이는 스스로 독립심을 키우기 보다는 의존적이 되고, 스스로 탐험하고 개척하고 극복해나가기 보다는 걱정하고,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의 적응이 어렵고, 사소한 어려움도 극복하려 하기 보다는 부모의 품안에 안주하거나 쉽게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즉 아이는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스스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므로, 결국 지나친  분리불안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치료에 있어서는 우선 부모상담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의 불안이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생기는 것임을 이해하고,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아이를 떼어놓으려고 하거나 일부러 아이 혼자 내버려두고 숨어서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것과 같은 행동을 삼간다. 오히려 집안 일을 할때도, 외출을 할 때도 데리고 간다. 아이로 하여금 엄마가 옆에서 지켜는 보지만 도움이 없이 스스로 재미있게 놀아보도록 격려하며, 단계적으로 서서히 엄마에게서 떨어져 지내는 거리와 시간을 늘려나간다. 이와함께 또래들과 노는 시간, 여럿이 함께 즐기는 기쁨,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조금씩 늘려나간다. 아이는 엄마를 들볶으면서 집안에서만 심심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약간은 두렵고 괴롭지만 관심을 밖으로, 또래로 돌리게되고 그 곳에서의 즐거움으로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고통을 이겨나간다.

만일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지않으려 한다면 연령이나 지능이 너무 뒤지지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학교를 보내야하는데, 이때 부모는 교사와 충분히 아동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 보통 체계적인 탈감작(systematic desensitization) 방법으로 집에서 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받는 과정까지를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가도록 계획한다.  이때 부모와 아동을 열심히 격려해주고, 지속적으로 지지해준다. 부모는 우선 아동곁에서 지켜있다가 아동이 학교에 적응을 하는 정도에 따라 서서히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나가고, 떨어져 있는 거리를 늘려나간다.  불안감이 너무 심하여 이같은 단계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약을 복용시킨다. 항우울제로 사용되는 이미푸라민(imipramine)이라는 약이 사용되는데 효과는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다.  

경우에 따라서  아동의 심리적 불안에 촛점을 맞추어 정신치료, 모-자관계의 문제에 따른 가족치료가 필요하다. 병의 지속기간이 너무 길거나, 정도가 심하거나, 외래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가족내의 문제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아이를 입원시켜 치료적인 환경을 제공함으로서 분리불안을 극복하고, 사회적응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제공하는 방법도 시행되고 있다. 어쨌든 적용된 치료방법에  관계없이 예후는 비교적 좋은 것으로 보고되어, 치료를 적절히 받은 경우 대개 2/3이상에서 학교에 복귀하지만, 아동의 연령・증상의 심한 정도,증상이 지속된 시간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