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꼭 숭고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섹스가 꼭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건가요? 두 사람이 생각만 맞는다면,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그 행위들을 결코 추잡하다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얼마 전 어느 네티즌(ID의 첫 글자를 따서 이하 P씨라고 부르죠)이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아마도 P씨는 제가 Good Sex 운운하며 되지도 않을 도덕 군자연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게 자못 불만이신 듯 싶죠? "Good Sex만 섹스냐?" 따끔한
비평에 감사드리며, 먼저 저 역시 공감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의 분석에 의하면 섹스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제일 보편적인 경우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라 하더군요.

① 충동적인 뜨거운 감정에 의해 촉발된 섹스. (연애 초기에 많이 생김. 단기간으로
끝남.)
②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에 의한 섹스. (결혼 초기에 많이 생김. 상당 기간
유지됨.)
③ 습관적, 타성에 젖은 본능적 섹스 (결혼 중기에 많이 생김)
④ 어느 한쪽만의 일방적 의사에 따른 섹스. 또는 강간. (부부간에도 흔히 발생함)

인간의 섹스는 거의 대부분 위와 같은 경우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①②③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겪으며, 심지어는 부부간에서도 ④와 같은 경우마저 흔히
발생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부는 결국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는 비극적인 통계까지
있으니까요.

인간이 섹스를 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본능적인 욕망에 의해서, 두 번째는 진정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상대방과
하나가 되고 싶은욕구에 의해서. 즉 <사랑>을 느낄 때이죠. P 씨의 섹스에 대한
인식은 혹시 두 번째 요건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혹시 파트너가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 준다는 느낌 없이, 단지 '작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본능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섹스만을 하신 건 아닌지요?

물론입니다. 그 어떤 사람이 인간의 본능을 매도할 수 있겠습니까? 단언하건대, 섹스
없는 사랑보다는, 사랑 없는 섹스가 훨씬 더 인간답습니다. 인간은 어차피 욕망의
화신이니까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 있다면 그는 결단코 위선자일 테니까요.
하지만 P 씨께서도 언제나 사랑 없는 섹스를 즐기고 싶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과거의 그런 섹스가 뭔가 공허함을 던져주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작은
기쁨'이라고 표현하신 것 아닐까요? 설마 사랑 없는 섹스를 모범으로 삼아 타인에게
권하지는 못하시겠죠?

잊지 마세요. 인간은 욕망으로 이루어진 '수성(獸性)' 뿐만이 아니라 천국을 지향하는
'신성(神性)' 역시 동시에 갖춘 존재라는 사실을! 천국이 어디 있느냐 구요? "설령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천국을 찾아 나서는 바로 그 순간이 천국입니다"(조나단
리빙스턴) 하물며 사랑이 넘치는 Good Sex는 반드시 존재하는 걸요?

인간은 갈망하는 정도에 따라서 누구나「사랑」과「행복」을 언제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섹스의 다섯 번 째 종류, 사랑과 본능이 겸비된 Good Sex를 P 씨께서
반드시 얻으실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칼럼니스트 KIS 연구원 김용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