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여인(23세)은 결혼한 지 열흘쯤 된 새색시로 남편 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그들은 신혼 첫날밤에 부부 관계에 성공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여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찾아왔다고 했다. 진찰을 한 결과 외관상으로는 모습이 크게 이상이 없 었으나 선천적으로 질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질 무형 성증 환자였다. 질이 없는 경우엔 대부분 자궁도 없 다.

질 무형성증은 여성의 생식기로 분화되는 뮐러리안 시 스템이 아예 생기지 않아 오는 경우와 염색체 자체는 남성 염색체인데 남성으로 분화되는 요소에서 결핍이 생겨서 고환은 갖고 있으면서 외관이 여성화한 경우 로 나눌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질을 새로 만들어주 면 부부생활은 할 수 있으나 임신은 불가능하다. 얼 마 전 신문 기사에 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성을 여자 구 치소에 수감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도 질 을 새로 만들어 줌으로써 성관계는 할 수 있지만 임신 은 할 수 없다.

O여인 부부에게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무척이 나 힘들었다. 의외로 남편은 O여인을 사랑한다며 아기 는 없어도 좋다고 하면서 수술을 원하여 질을 새로 만 들어 주었다. 건강한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더라도 맨 처음부터 부부 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계를 처음 갖는 여성은 상당히 긴장되어 있고 처녀막이 파열될 때 심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첫날밤에 부부관계가 잘 안될 수도 있다.

어쨌든 남성이 정상인 경우에, 여성쪽의 이상으로 생 각할 수 있는 것은 처녀막의 이상이다. 처녀막은 질 가장자리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막으로 가운데가 뚫려 있으므로 월경혈이나 질 분비물이 외부로 나갈 수도 있고 성관계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처녀막 사이에 밴드처럼 연결된 막이 있다든 지 그물 모양으로 있다든지, 혹 완전히 막혀 있는 경 우 정상적인 성관계가 불가능하다. 이때는 간단한 절 개나 제거수술을 받으면 성관계가 가능하게 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