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회사원 K씨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아내는 결혼 15년차 주부입니다. 얼마 전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아 대화를 가졌습니다. 솔직히 말해보라고 했더니 오르가슴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답니다. 남편인 제가 잘 하지는 못할지 몰라도, 중간은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일생에 한 번도 느끼지를 못했다니 내 자신이 비참해 질 뿐 아니라 아내가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정성을 들여 거사를 치른 밤도 있거든요. 그런데 평생 한 번도 느낌을 얻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고, 불감증도 병이라면 고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정성을 들이면 애액이 충분히 나오는데, 애액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것 아닌가요? 제가 잘못 아는 것인지요?”

참 답답한 사연이기는 하나 이런 부부들을 간혹 본다. 이들이 조금 더 일찍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결혼 15년 만의 아내의 고백에 갑작스런 심적 충격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신혼 초에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남성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발기하고 사정하는 과정에서 거의 만족감을 성취할 수 있으나, 배우자가 느끼지 못한다는 것 자체는 매우 불유쾌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결혼 십수 년에 갑작스런 부인의 용감한 선언에 갑자기 발기가 안 되는 경우도 본다.

성각성이 일어나고 윤활액의 분비가 이루어지면 남성의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지 애액이 많이 나오는 상태가 오르가슴이라고 생각해왔다면 크게 잘못 안 것이다. 남편도 여성을 잘 모르고, 부인도 부인 스스로를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르가슴의 장애는 심장혈관질환이 크게 작용하고 간 질환, 신 질환 같은 전신적 소모성 질환과, 호르몬의 불균형과 같은 내분비적 문제, 출산 후 겪는 신경학적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심리적 요인이나 우울증 등의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제는 없는지, 비뇨생식기의 이상은 없는지도 확인을 해 두어야 하고, 그간의 성행위 패턴자체에 부인이 매우 불만족하는 경우라면, 보다 직접적인 대화로 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

코엘 여성비뇨기과의원 원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