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과 야근이 많은 대기업 영업부에 근무하는 유 모 부장(43)은 틈만 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토 막잠을 잔다. 늘 잠이 모자라기 때문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부장은 ‘잔 것 같지 않다’고 하소연한 다. 이 같은 수면부족은 유 부장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일반적 인 현상이다. 특히 아침 잠 이 많은 사람들의 출근시간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회 의시 간이면 늘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 업무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 람들까지 있다. 이들에게 잠은 직장생활을 방 해하는 장애물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봄은 특히 일조량 등 환경변화가 스트레스로 작용, 수 면부족 등 생활리 듬을 해치고 순환기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연병길 교수는 “수면은 우 리 몸에서 가장 활발하 게 활동하는 뇌를 쉬게 해줌으 로써 피로를 풀어줘 다음날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연 교수는 “적당한 수면시 간은 7~ 9시간이나 이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느냐가 관건 ”이라고 들려준다.

◆잠의 역할=잠을 못 자면 활동 중에도 자꾸 졸리 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기 때문 에 작업능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나아가 잠을 오랫동 안 자지 못하거나 강제로 박탈당하면 자아가 해체돼 환각이 나 환청, 망상까지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박탈은 고문할 때 사용되기 도 한다.

인체는 외적인 영향이 없으면 자연적으로 24시간 주기를 따른다고 한다 . 즉 낮과 밤의 명암주기, 일상 적인 활동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24 시간의 주기 를 따른다. 수면도 이러한 24시간 주기의 영향을 받 아 하루 에 한 번씩 밤에 취하게 된다. 이러한 수면· 각성 주기는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는 존재하지 않다 가 생후 2년이 지나면서 발달한다. 야간에 근 무하는 교대근무자들이나 장거리 비행을 한 여행자들은 이러 한 수면·각 성 주기가 깨져 낮 시간에 졸리고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작업능률이 떨 어진다. 따라서 잠 을 충분히, 깊게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시간 에 규칙적 으로 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숙면은 운동·보약 효과=잠을 자는 동안 인간의 두뇌와 신체 기능은 정지하는 것이 아니다. 잠은 특 히 중추신경계의 항상성을 회복하고 에너 지를 저장하 며, 체온조절 및 부적절한 기억을 제거하는 등 중요 한 기능 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잠이 부족할 경우 업무 능률 저하와 함께 집중력이 떨어짐으로써 대형사고나 산업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한 잠은 일상생활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준 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고 보약을 먹는 것보 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줄이고 밤에 놀거나 일하 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등 작은 노력이 수면장애를 해 결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알코올, 수면제, 니코틴은 숙면 방해=알코올은 쉽게 잠들게 하는 반 면 자주 깨게 해 숙면을 방해한 다. 그리고 니코틴도 중추신경계를 자극 해 불면을 초 래할 위험이 있다. 수면제 치료는 장기적으로 볼 때 불면증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 면제는 수면시간을 다소 늘려주기는 하지만 숙면을 방 해한다. 또한 장기 복용시 금단현상을 일으 킬 위험 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진세 원장은 “수면은 수면 과 각성의 두 가지 생리적 인 힘의 균형과 조화를 통 해 일어나는데 이 힘을 조절하는 리듬이 깨질 때 수면 장애가 온다”고 지적한다. 즉 질병에 의한 2차적 수 면장애가 아 니라면 생활습관과 수면환경 개선을 통 해 수면주기의 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고, 그 때 건강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기름진 음식 피해야=영양이 골고루 갖춰진 식사 를 해야 숙면할 수 있 다. 아침은 필수영양소가 고루 갖춰진 적당량의 식사를 하고 점심은 듬 뿍, 저녁은 가볍게 먹는 게 좋다. 저녁 식단에는 반드시 생선 등 단백질 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자기 4∼5시간 전에 기 름진 음식의 섭취는 피하 는 게 좋다.

◆치료=많은 사람들이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임의 로 수면제를 사서 복용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 식이다. 수면제를 자주 사용한 수면은 얕 은 잠을 유 발하므로 충분한 숙면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반복된 사용으 로 내성이 생기면 수면제의 복용량이 늘어 부 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불면증은 약물보다는 행동습관을 간단히 교정해주는 것만으로 도 해결될 수 있다. 즉, 환자의 생활습관 중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교정 하는 것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면습관 변화로도 잘 해 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써 서 불면을 치료하게 된다 . 과거에는 약물의 습관성 이 문제가 돼 사용에 극히 조심했으나 최근 습 관성 이 적은 신약이 개발돼 의사의 지시에 따르면 부작용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국성과학연구소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
김진세 (02)859-4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