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대안은 무엇인가?
최강현
제주 건강과성박물관장


입력날짜 : 2012. 10.17. 00:00

최근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성범죄 우범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확대’를 골자로 한 핵심 대책으로 내 놓았다. 기존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한해 약물치료를 하도록 했던 것을,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뭔가 개운치 않는 느낌이다. 이번 대책은 2010년 김수철 사건 당시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과 거의 비슷하다.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냐이다.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에 대한 2중 처벌 논란의 대상이다. 또 1회에 22만-23만원이나 드는 치료비용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는 지도 의문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실효성 문제다. 약물 치료 중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면 얼마든지 발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성범죄 증가와 관련해 경찰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경찰력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배경에서 문제점을 찾고 공개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올바른 대책을 내 놓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은 진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가능하다. 피하고 싶거나 금기시된 현실이더라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파악해야 현실에 맞는 종합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최근 흉악한 성범죄의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현실을 얘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성범죄 증가가 강력한 성매매 방지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필자가 만난 현직 경찰관들 가운데 많은 수가 “성매매 집결지가 문을 닫게 되면 성범죄가 더 증가하고 성문화도 문란해지며, 없애는 것보다는 관리가 가능한 공간에 모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성범죄의 증가율을 보면 경찰관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010년 UNDOC(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발표한 국가별 10만명 당 성범죄(강간) 발생비율을 보면, 성매매 불법국인 한국은 467건으로 2004년 성매매 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급증했다. 같은 불법국인 스웨덴도 63건으로, 2003년 25건에서 증가했다.

성매매는 각각의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의 차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법적용을 하고 있으며, 성매매의 법적 논쟁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난 달 한국갤럽은 성인 624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성매매 방지특별법이 성범죄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설문에 48%가 공감했고, 40%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 성인남성의 56%는 성매매방지특별법 때문에 성범죄가 증가한다고 했다.

이상과 현실은 따로 놀고 있다. 성매매 방지특별법 시행 후 문제점으로 나타난 풍선효과로 인해 주택가로 들어온 변종 성매매는 이제 지역의 구분마저 없앴다. 또한 성병의 증가로 인한 국민보건의 위협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법과 현실이 다르고, 지켜지지도 않는 성매매 방지특별법이 시행 된지도 올해로 8년이 됐다. 국가를 운영하는 법과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게 돼 있어도 문제점과 방안을 알고 있는 많은 학자나 전문가, 정치인들은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성폭력의 피해를 당하고 사회적 비용을 잃고서야 이 문제를 공론화할지 의문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성범죄의 양상과 시그널을 보고도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오늘도 딸을 둔 부모들은 바쁜 직장생활과 가사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과 학교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안타까운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