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의 주부 C씨는 최근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성욕도 감퇴했다고 호소한다. 남편이 관계할 때 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평소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고 외관상 척 보기에도 무척 건강한 남편인지라 부부관계가 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아 실망스럽단다.

꾀병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절정의 순간에 갑작스런 두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다. 뇌졸중이라도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두통의 당사자도 불안해 하지만, 한참 부부관계에 몰두하는 중에 상대가 두통을 호소하면 배우자도 영 찝찝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성교시 발생하는 원발성 두통에는 오르가슴 전 두통과 오르가슴을 느낄 때의 두통으로 나뉜다. 전자는 성행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후자는 오르가슴 즈음에 폭발적으로 발생한다. 전자는 묵직한 통증으로 흥분하면서 증가하지만 드물고, 후자는 오르가슴에 도달한 순간 즉발성으로 성행위를 멈추면 통증이 없어지나 사람에 따라서는 30분 정도 지속되기도 한다. 성교시 통증의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높고 중년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등의 혈관 질환이 주원인이 아닌가 하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독일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성교시 두통을 느낀 환자에서 고혈압환자는 18%,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 등의 기왕력을 가진 환자는 61%,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후 두통을 일으킨 사람이 30%를 차지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포스포디에스테라제(PDE)억제제가 원인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혈압이 최고치에 도달했거나 부종이 원인이 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편두통환자의 5%는 성행위로 두통이 생기지만, 또 반대로 성행위를 통해 두통이 완화되는 편두통 환자도 5%가 되니 성교시 통증의 원인이 편두통이라고만 규정짓기도 어렵다. 이렇듯 성교시 두통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성적 흥분이 평소 균형이 무너진 뇌를 자극하고 뇌의 자율신경 통제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두통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몇 년 후에는 성교시 두통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교시 통증의 95%이상이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적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CT나 MRI를 찍어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성교시 두통으로 성생활을 잘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예방적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고려하자.

흔하지는 않지만 지주막하 출혈의 15%가 성교중 발생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이 심각한 질환은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처음 오르가슴을 느꼈을 때부터 두통이 있었다면 뇌혈관질환에 대한 진료를 받아두는 것이 좋겠다. 성교시 두통 이외에 경련이나 감각장애, 발음이상등의 다른 이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성행위를멈추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코엘 여성비뇨기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