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환자가 사면발이 환자다. 밤새 가려움에 음부를 긁어대다가 밤잠을 설쳐 부스스하다. 벌레라도 발견할라 치면 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타난다.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열에 한두 명은 음모를 몽땅 깎고서 병원을 찾는다. 벌레에 놀라 자구책으로 에프킬라를 뿌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가려움에 수차례 긁다 보니 2차 감염으로 피부가 엉망이 되어서 오기도 한다.

사면발이는 페디큘러스 퓨비스(Pediculus Pubis)라는 이름의 기생충이다. 음모에 기생하는 이로 간주하면 되지만 엄밀히 이야기 하면 이와는 조금 다르다.

사면발이는 사람의 피를 먹으며 살고 인체에서 떨어져도 약 24시간은 살 수 있다. 직접적인 피부접촉에 의해 전염되기에 성병의 일종으로 분류하지만 성관계가 없더라도 전염될 수 있는 질환이다. 불결한 침구나 수건을 통해 사면발이는 전염될 수 있다. 옷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고, 드물게는 좌식 양변기를 통한 감염도 있다.

극심한 음모 주위의 가려움증은 사면발이가 피부를 물었을 때 생기는 알레르기 반응이다. 사면발이에 전염되면 대략 5일 정도의 잠복기 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음모 주위에서 회색빛 성충을 발견하기도 하고 서캐라고 불리는 타원형 알이 음모 뿌리에 매달려 있는 것을 관찰한다. 대개는 음모에 기생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드물게 겨드랑이, 눈썹, 콧수염, 턱수염 심지어 머리카락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자세히 보면 진단이 가능하나 의심은 되지만 불확실한 경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통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음모를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다.

사면발이 환자는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침구와 이불, 입었던 옷을 모두 뜨거운 물에 빨아서 살균 세탁하도록 한다. 삶아 빨기 어려운 것들은 플라스틱 백에 넣어서 2주 정도 보관한다.

배우자와 같이 치료받아야 할뿐만 아니라 침구와 수건, 의복을 모두 삶아 빨아야 하기에 배우자 몰래 치료하기란 어렵다. 예전에 군대 내무반에서 누구 한명 사면발이에 걸리면 전내무반이 다 전염이 된다는 이야기는 한 번씩 들어본 이야기다. 사면발이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역시 일대일 성관계를 갖고 파트너 이외의 관계를 갖지 않으며 불결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코엘 여성비뇨기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