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건 용암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반쯤 고개 내 민 불덩이를 본 적이 있는가.
이미 상기되어 붉다 못해 퍼런 빛을 내두르고 있는 바다로부터 힐끗 태양이 머리끝을 들이밀자 산사(山寺)에 모인 사람들은 탄성(歎聲)을 내질렀다. 고요 한 산사는 이내,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엑 스터시에 꿈틀거렸다.

언뜻, 떠오른 태양이 귀두(龜頭)와 닮았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힘차게 발기되어 솟아오르는 모습과 닮았다. 새 천년의 첫 일출을 보며, 다가올 인생을 진지하게 설계할 그 시점에, 그것도 성(聖)스러운 산 사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잡스럽다고 욕할 분도 계시리라.
하지만, 삶이 진지해지기 위해서는 활력이 필요하 다. 태양이 눈부시도록 붉게 타오를 수 있는 에너지 의 원천(源泉)이 그 폭발력에 있듯, 인간에게는 섹스 라는 본능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있다.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놈이다. 화상(火傷)을 입거나 꺼지지 않도록 잘 다루어야 한다. 잘 다루어진 섹스는 삶에 활력을 주어, 충실하고 진지한 인생을 만들 수 있다.

'일출'을 맞으러 나온 부부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손잡고 산자락을 오르는 다정한 부부의 산행(山行) 을 상상해보자. 옮기는 발걸음마다 따스한 사랑이 있 어 정겹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 주며, 가끔 돌아보고는 힘겹게 올라가는 배우자를 격 려하고, 지치면 쉬어 갈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 다.

새 천년의 시작에 즐거운 섹스를 그려보자. IMF로 드 리워진 어두운 경제사정 때문에 위축되고 병들어버 린 천년의 끝자락을 뒤로하고, 새 천년에는 '일출'처 럼 충만한 에너지와 따스한 사랑으로 깊은 맛을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천년을 그려보자.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박사